2016. 4. 8. 20:00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소극장
A열 중블 오른쪽사이드
_나름 괜찮았던..
김다흰(김시완), 전석호(임주혁), 권준엽, 정한나, 박동욱, 임승범
프로듀서: 유인수 / 작,연출: 박선희 / 드라마터크: 이천우 / 무대,소품디자인: 김미경 / 조명디자인: 김성구 / 음악감독: 정한나 / 제작PD: 이지연 / 영상디자인: 권준엽 / 기술감독: 김방근 / 무대감독: 노재민 / 영상감독: 윤민철 / 제작: 연우무대
자첫은 이야기 따라가느라 버거웠는데 확실히 자둘이 되니 다가오는게 다르다. 대사 하나하나가 소중해졌다. 그냥 지나가듯 들었던 말들도, 의미부여가 되버려서 참 슬프게 다가오는 것들이 많았다.
자첫땐 주혁이가 아팠는데, 오늘은 시완이도 많이 아팠다.
나이를 먹고사람을 많이 겪다 보면 적당히 정주는 법을 알게 되지만, 한창 예민할 그맘때에는 관계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관계가 내 세상 전부가 되기도 하는데, 시완이는 그게 어긋나버렸다고 생각한 것 같다.
여러가지 사건이 있었지만 분기점이 된 것이 대학로 사건이었을 것 같은데, 행복하게 거리공연을 하고 나서 주혁이가 자기를 두고 번호를 준 여자에게 가서 밤새 돌아오지 않았을 그 때, 혼자 남겨진 시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평소 본인이 갖지 못한 자유로움을 부러워하고 있었는데, 그런 사건들이 겹쳐지면서 점점 열등감이 생겼을 거고, 결정적으로 전교에 게이라고 소문이 나게되자 튀기 싫어하는 범생스러운 성격이 맞물리면서 자기방어적으로 행동하게 되었을거고(친절한 옆집 형처럼 조언 몇마디 하는.) 또 그런 태도를 보이는 스스로가 싫어져서 회피하게 되었을 것 같다. 그래서 제주도에서 우연히(내생각이지만 그건 주혁이었을 것 같음!!) 마주쳤을 때도 피해버렸을 것이고.
시완이는 자유분방한 주혁이가 좋고, 주혁이와 친해지는 것도 좋고, 서로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여겼는데, 어느순간 '주혁이는 내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들도 있으니까..' 라고 생각해서 '갖지 못한다면 버려야 한다'고 말한 것 같다. 나는 주혁이가 특별한데 주혁이는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나온 질투, 시기심, 열등감. 이런 것. 그리고 시완이는 그런 주혁이에게 너, 왜 날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아? 라고 물어볼 성격은 아니니까 그냥 피했고.
그런데 안좋은일은 겹쳐서 일어나듯이, 저 시기에 주혁이는 집안이 망해서 야반도주 하듯이 사라져야 했고... 결국 '내 생애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함께했던 두 사람은 그렇게 헤어졌던 것.
하지만 시완이 생각과 다르게 주혁이도 시완이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완이가 왜 자기를 피하는지를 몰랐을 것 같다. 그래도 사람은 미움받는 것은 기막히게 예민하게 파악해내니까 시완이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은 알았겠지. 그래서 야반도주 후 '내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준 단 한사람'인 시완이 없이 불안하게 주변의 풍파에 조각배처럼 휘둘리며 살다 결국 가게 된 곳이 시완이가 얘기해줬던, 그리고 자신에게 고고학자의 꿈을 갖게 해 줬던 트로이가 있는 터키. 공허하게 왔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살려면 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주혁이에게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고, 연애를 하고, 그런데 이 여자 마저도 여행갔다가 죽고만다. 어처구니 없게도 관광지에서 사진찍다가 절벽에 떨어져서. 얼마나 추락하는 느낌이었을지. 그리고 다시 돌아간 트로이. 망연자실하게 도로를 걷다가 교통사고. 에게해로...
극의 마지막에 가장 빛났던 순간으로 함께 돌아가는데, 절규하듯 노래하는 시완이와, 눈물 가득 웃고있는 주혁이가 너무너무 슬퍼서 눈물이 났다. 어디서 우회전, 어디서 좌회전, 드디어, 바다다! 뭐 이런 대사였는데 그냥 너무 슬펐다. 그리고 직후 암전, 영상으로 바다에서 뛰놀던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찌나 먹먹하던지.
꼭 잡고 놓치지 말자.
이제 찾아야지, 라고 결심했을때는 이미 늦는다.
왜 항상 행복했던 순간은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것일까.
- 콘서트 장면에서 뒤 배경에 얼굴 나오는거 별로야...ㅠㅠ 특시 시완이랑 주혁이랑 오버랩되는데 오글거려서 주먹쥠...ㅠㅠㅠㅠㅠㅠ 해지뫄...ㅠㅠㅠㅠㅠㅠ
- 오늘 1열에 앉았더니 석호배우가 슬픔 참으며 웃으려 애쓰며 말하는 부분에서 입꼬리의 떨림이 생생히 보여서 너무너무 슬펐다. 으아...ㅠㅠㅠㅠㅠㅠ
- 엽서받았다. 이쁨!ㅋㅋ
'공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0409 에쿠우스 (조재현, 김윤호, 이동훈) (0) | 2016.04.13 |
---|---|
160409 히스토리보이즈 (선종남,이태구,심희섭,김병희) (1) | 2016.04.13 |
160404 헤비메탈걸스 (한세라,김은주,김아영,이신영,채동현,강성진) (0) | 2016.04.08 |
160403 명동로망스 (배두훈, 김준원, 전성민, 원종환, 박범정, 김호섭) (0) | 2016.04.08 |
160402 삼총사 (카이,박은석,박성환,황이건,이정화,조윤영) (0) | 2016.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