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27. 15:00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8열 복도쪽
_소극장이라 어디앉아도 잘 보일 듯. 중앙이면 좋고.
김정민(이지순), 윤상화(한상해), 이주원(제이슨 양), 김용준(토미), 안병식, 김중기, 김곽경희, 김충근, 최지연, 이재인, 조판수, 조연희, 김동규, 강선애, 이동혁, 황설하, 김혜진, 조홍우, 고광준, 전영서
작,연출 : 장우재 / 무대 : 박상봉 / 조명 : 김성구 / 의상 : 오수현 / 분장 : 장경숙 / 음악 : 조선형 / 드라마투르그 : 조만수 / 조연출 : 최윤희, 라소영 / 주최, 기획 : 예술의전당
계속 예술의 전당 왔다갔다 하며 크게 붙어있어서 보긴 봤지만, 왠지 안끌리는 포스터라 별생각 없었는데, 누가 보고싶대서 그냥 찾아봤다가, 시놉시스가 넘나 흥미로워서 덥썩 예매한 연극.
1953년 6.25직후 부산에서 피난민을 싣고 서울로 출발한 환도열차가 2014년 서울에 나타났다는 설정. 시놉만 보고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줘서 당황스러운 반면 넘나 신기하고 좋았다.
사실 보는 내내 집중이 안된 부분도 좀 있어서 막 엄청 좋다! 이런건 아니었는데, 보고나서 계속 곱씹게된다.
남편인 최양덕을 만나기 위해 서울로 가는 환도열차에 몸을 실었던 지순이 2014년의 서울에 도착해 마주한 것은 한없이 착했던 최양덕이 아닌, 욕망으로 자신마저 버린 채 한상해로 살아가는 한 사람이다.
시간을 거슬러 나타난 환도열차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파견된 나사 과학자 토미와 제이슨양이 지순과 함께하고, 지순은 양덕이 왜 변했는지 알고싶어서 현재의 서울과 부산을 오간다. 그 과정에서 겪게 된 2014년의 한국은 너무나 지나친 욕망과 부조리로 가득차 있다는 것이다. 결국 차라리 1953년의 부산으로 돌아가겠다며 환도열차에 다시 몸을 싣게 된다.
좋았던 부분은 지순의 대사들.
-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아내를 도와달라고 몸부림 치는 남사당패를 멀리서 보던 사람들이 춤추는건 줄 알고 막 웃었던 적이 있는데, 자신도 그 남사당패처럼 그저 구경거리가 된 것은 아니냐고 한 것.
- 모두가 언 강 위에 서 있는 것 같아요.
- 현재의 한국의 부조리함을 너무나도 믿을 수 없어서, 이건 다 이야기라고. 오이디푸스왕의 이야기처럼, 그저 이야기 속 아니냐고.
- 아직도 전쟁중인가요?
아마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인듯 대사들이 자꾸 떠오른다.
자유소극장을 이렇게 잘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놀랍다. 처음 들어오면 너무나도 휑한 무대에 당황스러운데, 극이 시작되면서 이 무대를 이렇게 쓰는구나, 하고 새삼 놀라게 된다. 열차씬도 적절하게 잘 만들어 주었고. 2층, 3층 등 곳곳에 인물들을 배치하는 것도 재밌고.
지순역할을 한 김정민 배우가 인상적이었다. 포스터보다 훨씬 이쁘심. 사투리도 찰지고 조곤조곤하게 잘 쓰시고, 배우에게 확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주어서. 넘나 좋았다. 귀여우시고 ㅠㅠ 안쓰럽기도 하고. 특히 확인을 위해 옷을 벗어야 하는 장면. 그 뒷모습이 너무나 처량하고 안타까웠고. 환도열차에 다시 오르는 장면. 보따리를 베개삼아 몸을 뉘이는데, 그 뒷모습이 정말 지쳐보이고, 작게 느껴졌다.
지순은 지금의 한국에 질겁하고 환도열차를 타고 떠났지만, 현실에 몸붙여 살고있는 우리는 환도열차 조차 탈 수 없다는 것이 참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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