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 출간
2016.3. 읽음
영화 '명량'을 봤을 때, 전쟁영화기도 하고, 대승으로 유명한 전투라 그런 류의 카타르시스를 기대하고 갔었다. 그러나 관람 후 남은 것은 지도자의 고뇌와 묵직한 우울감이었다. '칼의 노래'도 비슷하다. 영웅화, 미화된 이야기가 아니다. 너무 현실적인 분노와 절망이 남는다. 우리가 알고있는 쓰레기같은 지도자들을 묶어놓고 읽게하고 싶어진다. 술술 읽히는 책도 아니라서 이래저래 힘들었다.
- '그 많은 죽음들이 개별적인 죽음을 설명하거나 위로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 죽을 때, 적들은 다들 각자 죽었을 것이다. 적선이 깨어지고 불타서 기울 때 물로 뛰어든 적병들이 모두 적의 깃발 아래에서 익명의 죽음을 죽었다 하더라도, 죽어서 물 위에 뜬 그들의 죽음은 저마다의 죽음처럼 보였다. 적어도 널빤지에 매달려서 덤벼들다가 내 부하들의 창검과 화살을 받는 순간부터 숨이 끊어질 때까지 그들의 살아있는 몸의 고통과 무서움은 각자의 몫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각자의 몫들은 똑같은 무서움이었다 하더라도, 서로 소통될 수 없는 저마다의 몫이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줄곧 나오는 시선인데, 너무 좋다. 전쟁, 재해가 무서운 것은 개별적인 죽음이 익명의 죽음화되고 단순한 수치화 된다는 것인데, 이렇게 개별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 너무 좋다.
- 싸움은 싸울수록 경험되지 않았고, 지나간 모든 싸움은 닥쳐올 모든 싸움 앞에서 무효였다.
- 어머니가 죽고 이어 아들 면이 죽은 뒤 나는 로유류의 누린내를 감당하기 버거워서 한 동안 고기를 먹지 않았다.
- 포로들은 모두 각자의 개별적인 울음을 울고 있었다. 그들을 울게 하는 죽음이 그들 모두에게 공통된 것이었다 하더라도 그 죽음을 우는 그들의 울음과 그 울음이 서식하는 그들의 몸은 개별적인 것으로 보였다. 울음을 우는 포로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적의 개별성이야말로 나의 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 나는 집중된 중심을 비웠다. 중심은 가볍고 소슬했다. 나는 결국 자연사 이외의 방식으로는 죽을 수 없었다. 적탄에 쓰러져 죽는 나의 죽음까지도 결국은 자연사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적인 물러가버린 빈 바다에서는 죽을 수 없었다. 나는 갈 것이었다.
그의 삶에대한 진지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부분들. 정말 좋고, 맘아프다.
- '이자식 봐라..' 하는 독백, 뻘하게 터짐. ㅋㅋ 이순신의 내적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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