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9.
하도 유명한 책이고 영화화도 된 책이라... 신청해서 읽어봤다.
완전 몰입해서 읽을수 있었고, 막판에는 어딜가든 들고다니며 잠도 줄여가며 읽었다.
읽고 바로 잠든 결과 어제는- 악몽.
의사의 아내와 비슷한 입장에 처하는 그런 꿈이었던 듯 하다.
읽는 동안 괜히 내 눈이 백색의 병에 걸리는 것 같아 계속 깜빡, 깜빡 거리게 된다.
가끔 생각해본 적은 있다.
내가 미쳤다면- 다른 사람들 이목은 신경도 쓰지 않고 내 동물적 본능(일테면 배뇨?)을 충족시키려 하겠지.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나를 지켜보는 눈이 없다면, 인간은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것 보다는. 나를 보는 사람이 없다는게 더, 인간으로서의 그 무엇을 놓게 하는것 아닐까 싶고.
내가 보이지 않는다면 인간성을 지킬 수 있을까.
의사의 아내처럼 혼자 볼 수 있다면 그녀처럼, 그들의 빛이 되어줄 수 있을까.
여자 입장에서 충격적인 장면도 몇 있었다.
깡패의 성욕을 충족시켜주고 식량을 받아와야 하는 상황. 그리고 그 상황에 처한 여자들의 남편의 태도...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자신의 남편이 다른 여자와 외도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
속상하다기보다 안쓰럽다고 했다. 남편과 그 여자 둘다 안쓰럽다고 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안들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남자작가들의 책에서 이처럼 때로 여자를 신성화(?)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은 여자를 정말로 신성화해서 본다기 보단.. 여자에 대한 기대치 혹은 응당 여자라면... 을 나타내는것 아닌가 싶다. 그래서 마음에 안든다..
후반부에 나오는 닭먹는 할머니는.... 마치 나 같다.
그녀는 눈이 먼 후 다른사람을 배척하고 홀로 살아간다.타인이란 자신의 식량을 줄어들게 하는 존재일 뿐이니까. 그러다 의사의 아내 무리를 만나게 되고, 일시적이지만 관계를 맺게된다. 그리고 그들이 떠나고 다시 돌아왔을 때 할머니는 개에게 물어뜯긴 채 발견된다.
내 생각일 뿐이지만 할머니는 아마도 외로워서 삶을 포기한게 아닐까 싶다.
관계의 따스함을 모를때는 그냥 본능으로 삶을 이어나간다. 닭을 생으로 잡아먹으면서도.
그러나 관계를 맺고 인간성을 깨닫고 따스함을 느낀 후에, 그 따스함이 사라지고 난 후에- 동물로서 살아 무엇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나도 때론, 차라리 따스함을 모를 때가 낫다고 생각하는데... 불쌍하고 안쓰러웠다.
이 책은 계속 '눈을 뜨고있으나 보지 못하는-'에 대해 말한다.
이게 바로 세상에 말하고 싶은 바가 아닐까, 싶다.
보이는데도 보지 않는 그들, 그리고 나에게.
백색의 실명 상태에서 다시 앞이 보이게 되었을때,
그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인간의 가장 밑바닥을 겪고나서, 그들이 전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읽고나서는 참 멍- 하다.
그래도 나름 해피엔딩으로 끝내준 작가에게 고마워해야 할 지.
영화도 나름 만족했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난 영화는 못 볼 것 같다.
그나마 비루한 상상력을 갖고 있으니 견뎠지, 이 추하고 더럽고 슬픈 장면들을 시각화 한다면 못견디지 싶다.
기회가 된다면 눈뜬자들의 도시도 읽고 싶다.
이 책의 약 4년 후가 배경이고, 좀 더 재미없고, 좀 더 슬프다고 한다.
'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이 불어, 널 이별해 / 김현희 (0) | 2013.10.19 |
---|---|
사랑받지 못한 여자 / 넬레 노이하우스 (0) | 2013.10.17 |
세계대전Z / 맥스 브룩스 (0) | 2013.08.31 |
부의 탄생 / 윌리엄 번스타인 (0) | 2013.08.31 |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 파트리크 쥐스킨트 (0) | 2013.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