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연날 2013. 9. 17. 15:34

 

 

2013.9.

 

하도 유명한 책이고 영화화도 된 책이라... 신청해서 읽어봤다.

완전 몰입해서 읽을수 있었고, 막판에는 어딜가든 들고다니며 잠도 줄여가며 읽었다.

읽고 바로 잠든 결과 어제는- 악몽.

의사의 아내와 비슷한 입장에 처하는 그런 꿈이었던 듯 하다.

읽는 동안 괜히 내 눈이 백색의 병에 걸리는 것 같아 계속 깜빡, 깜빡 거리게 된다.

 

가끔 생각해본 적은 있다.

내가 미쳤다면- 다른 사람들 이목은 신경도 쓰지 않고 내 동물적 본능(일테면 배뇨?)을 충족시키려 하겠지.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나를 지켜보는 눈이 없다면, 인간은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것 보다는. 나를 보는 사람이 없다는게 더, 인간으로서의 그 무엇을 놓게 하는것 아닐까 싶고.

내가 보이지 않는다면 인간성을 지킬 수 있을까.

의사의 아내처럼 혼자 볼 수 있다면 그녀처럼, 그들의 빛이 되어줄 수 있을까.

 

여자 입장에서 충격적인 장면도 몇 있었다.

깡패의 성욕을 충족시켜주고 식량을 받아와야 하는 상황. 그리고 그 상황에 처한 여자들의 남편의 태도...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자신의 남편이 다른 여자와 외도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

속상하다기보다 안쓰럽다고 했다. 남편과 그 여자 둘다 안쓰럽다고 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안들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남자작가들의 책에서 이처럼 때로 여자를 신성화(?)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은 여자를 정말로 신성화해서 본다기 보단.. 여자에 대한 기대치 혹은 응당 여자라면... 을 나타내는것 아닌가 싶다. 그래서 마음에 안든다..

 

후반부에 나오는 닭먹는 할머니는.... 마치 나 같다.

그녀는 눈이 먼 후 다른사람을 배척하고 홀로 살아간다.타인이란 자신의 식량을 줄어들게 하는 존재일 뿐이니까. 그러다 의사의 아내 무리를 만나게 되고, 일시적이지만 관계를 맺게된다. 그리고 그들이 떠나고 다시 돌아왔을 때 할머니는 개에게 물어뜯긴 채 발견된다.

내 생각일 뿐이지만 할머니는 아마도 외로워서 삶을 포기한게 아닐까 싶다.

관계의 따스함을 모를때는 그냥 본능으로 삶을 이어나간다. 닭을 생으로 잡아먹으면서도.

그러나 관계를 맺고 인간성을 깨닫고 따스함을 느낀 후에, 그 따스함이 사라지고 난 후에- 동물로서 살아 무엇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나도 때론, 차라리 따스함을 모를 때가 낫다고 생각하는데... 불쌍하고 안쓰러웠다.

 

이 책은 계속 '눈을 뜨고있으나 보지 못하는-'에 대해 말한다.

이게 바로 세상에 말하고 싶은 바가 아닐까, 싶다.

보이는데도 보지 않는 그들, 그리고 나에게.

 

백색의 실명 상태에서 다시 앞이 보이게 되었을때,

그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인간의 가장 밑바닥을 겪고나서, 그들이 전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읽고나서는 참 멍- 하다.

그래도 나름 해피엔딩으로 끝내준 작가에게 고마워해야 할 지.

영화도 나름 만족했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난 영화는 못 볼 것 같다.

그나마 비루한 상상력을 갖고 있으니 견뎠지, 이 추하고 더럽고 슬픈 장면들을 시각화 한다면 못견디지 싶다.

 

기회가 된다면 눈뜬자들의 도시도 읽고 싶다.

이 책의 약 4년 후가 배경이고, 좀 더 재미없고, 좀 더 슬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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