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깍이 대학생 시절, 수업 주제였던 책.
경제사 시간에 읽은 책인데, 확실히 그냥 줄줄 외우는 경제사보다 읽고, 생각해보는 수업이 되서 훨 나았다. 역사란게 역사가 관점에따라 엄청나게 달라질수도 있는거니까 그냥 교수님 말만 들었다면 손해였을듯.
글고 이 수업 교수님이 주로 연구하시는 분야가 식민지시대 경제쪽이라서, 이런저런 관점으로 볼 수 있었다. 식민지 시대때 경제성장이 있었다는 주장을 (일상적인 생활속의)다른데서 듣기는 꽤 힘들었을듯 싶기도 하고.
메디슨의 "1820~1992년간의 세계경제에 관한 관찰"에서 요런 그래프가 나온다고 한다. 산업화 이후에 엄청난 경제발전이 있었다는건 상식적으로 알고 있지만 GDP수치로 표현된걸 보니 과연 엄청나구나 싶다. 수직으로 꺾이는 부분이 1820년 부근이다. 요걸 보고 '그럼 뭣때문에 이런 발전이 일어난거지?'하고 생각하게 된것이 "부의 탄생"을 쓰게 된 계기라고 한다. 여러 서적, 논문을 참고해도 이 시기의 여러 학문의 발전에 대해선 다루고 있지만 정작 왜 이 시점에서 모든 발전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의 저자인 윌리엄 번스타인은 '역사는 원래 흥미진진한 분야이다. 만약 작가가 역사를 주제로 독자의 흥미를 사로잡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작가에게 있다' 라고 했는데, 이 말에 책임을 지듯이 어쩌면 지루한 논문주제가 될 수도 있는 주제를 탁월하고 재밌고 (비교적)쉽게 설명해 줬다. 그저 원인을 파헤치는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연구를 어떻게 서술해야 더 많은 독자들이 볼 것인지까지 생각해줘서 나같은 소시민도(...)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나중에 안건데 저자는 경제사가나 역사가가 아닌 투자전문가였다-_-; 미국에서 꽤 유명한 투자관련 사이트의 설립자라고. 완전 뭥미라는 ㅠㅠ 세상은 불공평해~!
이 책은 총 3부로 되어있다. 1부에서는 저자가 주장하는 '부의탄생에 필요한 4가지 요소'인 재산권, 과학적 합리주의, 자본시장, 수송과 통신에 대해 근거를 제시한다. 단순히 늘어놓는게 아니라 과거에는 왜 존재하지 않았는지, 혹은 존재했음에도 왜 부의 시초로서 작용하지 않았는지 등을 방대한 자료를 통해 알려준다. 참고문헌도 엄청 나오는데, 이 방대한 자료수집에도 꽤 놀랐다.
2부에서는 부의 탄생에 다가갔던 혹은 근접했으나 실패했던 몇 개의 나라들을 얘기한다. 당연하지만 네덜란드, 영국 등의 서양중심인데, 여기에 일본이 들어가있다는 것이 재밌다. 다른 나라들과 여러가지면에서 차이점을 보이는데 그것도 재밌고. 실패했던 나라들로는 라틴아메리카가 나온다.
여기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치를떠는 얘기인 식민지, 제국주의에 대한 주제도 나온다. 그것도 '제국주의는 식민지 지배를 받은 나라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에 가까운 주장으로.(물론 우리나라를 조명하지는 않지만) 글쎄, 역사에 조예가 깊지않은 나같은 일반인들이라면 아마 이 부분을 읽으면서 '뭐 이런 글을 쓴 놈이 다있어' 와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의 둘로 나뉠텐데, 내 경우는 후자였다. 물론 이 책을 혼자 읽었다면 전자가 되었을 가능성이 더 크겠지만 아무래도 수업과 함께 듣고, 여러 학자들의 논문얘기도 듣고 하다보니 그렇게 생각하게 됐다. 이 조사들이 원주민이 극소수로 남고 유럽인이 대부분을 차지한 국가(호주라든가)들의 예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반박의 여지는 있다. 그치만 이념과 사상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수치로 봤을때 제도적인 이식이 발전에 토대가 되었다는것은 부정할 수 없다. 물론 이 연구가 '식민지덕분에 식민지 치하 국가들은 잘살게 됐다'로 이어지는 오류는 경계해야 겠지만. 아무래도 수업중에도 이 주제에 대해서 꽤 많은 의견들이 쏟아졌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2부까지 숫자와 데이타의 치열한 공방이었다면 3부에서는 비교적 주관적인 얘기를 한다. 이렇게 성장한 부가 인간의 행복과 연결이 될 수 있는 것인지, 민주주의와는 관계는 어떤지, 빈부격차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지, 그리고 이 성장은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 '알 수 없다'로 애매하게 끝을 맺기는 하지만 비교적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너무 좋은점만 말한것 같지만, 실은 심하게 서양중심적인 사고를 한다든가, 했던말을 계속 한다든가(-_-;;)하는 아쉬운점도 있긴 했다. 2부의 구성도 조금 아쉬웠고. 그치만 경제사를 이해하는데 크게 한 몫 해줬다는 점에서 무지 감사하는 책이다. 경제서적이랍시고 성공적인 투자하기, 재테크 비법 요딴거나 줄줄 내지 말고 이런 좋은 책 내주는게 여러사람한테 좋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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