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4. 6. 20:00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오블 1열 통로근처
_자유소극장은 1열이 좋지만, 극 특성상 맨끝줄도 한번 가보고싶긴 하다.
전박찬(클라우디오), 박윤희(문학선생님 헤르만), 백익남(아버지 라파), 우미화(문학선생님의 아내 후아나), 김현영(라파의 어머니 에스테르), 유승락(라파)
코러스: 나경호, 유옥주
번역: 김재선 / 연출: 김동현 / 리메이크연출: 손원정 / 무대디자인: 박상봉 / 조명디자인: 김성구 / 음악감독: 김태근 / 분장: 이동민 / 의상디자인: 이명아 / 소품: 송미영 / 조연출: 강현주 / 작가: 후안 마요르가 / 기획,제작: 예술의전당
정말 좋았다.
다양하게 생각하게 해주는 극을 만든다는거 자체가 신기하다.
사전지식 1도 없이 갔는데, 제목만 듣고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문학선생님인 헤르만은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주말에 있었던 일을 쓰라'고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탐탁치 않은 글을 쓴 것에 비해 항상 맨끝줄에 앉아서 수업을 듣는 소년 클라우디오의 소설같은 글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같은 반 친구 라파의 가족에 대한, 어쩌면 조금 위험해 보이는 관찰. 헤르만은 클라우디오의 글에 매력을 느끼게되고, 그의 재능을 발전시키려고 한다. 그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며 점점 라파의 집에 스며든다. 에스테르와 선을 넘을때 까지. 그제서야 심각성(?)을 파악하고 헤르만은 클라우디오에게서 손을 떼려하지만. 클라우디오는 자신의 글의 결말을 '놀라운 결말, 하지만 그럴수 밖에 없었던 결말'에 결국 이르게 한다.
정말로 처음부터 클라우디오가 헤르만의 집을 노리고 글을 쓴걸까? 혹은 헤르만이 자신을 버린것에 대한 복수로 헤르만의 집을 찾아가는 것을 결말로 한 것일까.
어머니가 어릴때 집을 나가고, 아버지가 병에 걸린 클라우디오의 집은 분명 휴식을 주는 곳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공원에서 혼자 앉아있다가 문득 라파의 집을 발견하고, '일반적인' 가정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계속 관찰했을 것 같다. 그래서 관찰 끝에 자신이 스며들수 있는 구멍을 발견하고, 자연스레 라파의 집으로 들어갔을거고.
다정한 엄마, 유쾌한 아버지. 부러워하던 '일반적인' 가정.
그 과정에서 자신의 글을 계속 봐주는 문학선생님을 신뢰했고, 문학선생님은 문학으로써 '갈등이 없다'는 등의 조언을 해주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더더욱 열심히 관찰했을거고...
클라우디오의 말처럼, 사실은 학교를 그만두려고 했는데, 헤르만이 내준 과제 덕분에 더 다니게 된 것이기에 더더욱 집착했을 것같다.
결국 선을 넘은 클라우디오는 라파의 가족에게서도, 헤르만에게서도 내쳐진다.
'놀라운 결말, 하지만 그럴수 밖에 없었던 결말.'을 쓰기 위해 후아나에게 접근하고, 후아나는 초면인 클라우디오이지만 글에서 접했기때문에 바로 알아본다. 그리고 경계하지 않는다.
클라우디오의 글을 통해 내적친밀감이 생긴 상태였기 때문에.
그리고 클라우디오 또한 후아나가 여태까지 자신의 글을 읽고있었던 것을 알고(계속해서 제 글을 다른 사람이 읽고있나요? 하고 묻는게 굉장히 쎄했다), 모성애를 자극하는 자신의 처지(?) 때문에 경계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고, 예상대로 집까지 들어가게 된다.
클라우디오가 정말 무슨 생각으로 글을 쓴건지, 순수한 궁금증인지 아니면 악의있는 관음인지..
아마 약간의 병증이 아닐까 싶기도 한.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병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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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이 내내 조용하고 어둡게 이어져 나간다.
두 코러스분이 만들어주는 BGM도 잔잔하고 조용하다.
사실 이런 분위기에 약한 편인데 이 연극은 긴장감이 끝까지 이어져서 숨막히는 느낌으로 관극했다.
클라우디오의 행동에 온전히 집중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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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박찬배우의 클라우디오. 정말 좋았다.
1열에서 봐서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그의 단단한, 그리고 물기가 가득한 눈동자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극 내내 표정변화가 거의 없는데도 그의 심적인 변화가 와닿았던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초반의 공허함, 헤르만이 자신의 글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생기는 집중력과 관찰력, 에스테르를 안타깝게 보는 것, 자신을 버린 헤르만에 대한 적대심 등등... 그런 것을 눈으로 보여준다는게, 정말 신기하고 놀라웠다.
또, 동작이 많은 편이 아닌데, 손가락을 까딱거릴 뿐인데도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정말 매력적인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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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끝줄에서 한 번 보고픈데... 왠지 기회가 없을것 같지;ㅅ;
요즘 보는 연극들이 다들 맘에 들어서 기쁘다. 특히 이 맨끝줄소년은 너무 좋았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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