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160816 글로리아 (이승주, 손지윤, 임문희, 정원조, 오정택, 공예지)

연날 2016. 8. 23. 11:17
포스터이미지

2016. 8. 16. 20:00

두산아트센터 space111

2열 중앙

_좋음! 가리는거 없이 잘보임!

 

이승주(딘, 데빈), 손지윤(켄드라, 제나), 임문희(글로리아, 낸), 정원조(로린), 오정택(마일즈, 숀, 라샤드), 공예지(애니, 사샤, 캘리)

 

작가 : 브랜든 제이콥스-젠킨스 / 연출 : 김태형 / 번역 : 여지현 / 윤색, 드라마터그 : 이인수 / 무대디자인 : 신승렬 / 조명디자인 : 이동진 / 음향디자인 : 윤민철 / 의상디자인 : 홍문기 / 제작 : 노네임씨어터컴퍼니


 

최근 본 공연 중 꽤 우위에 있을, 정말 좋았던 극.

평일에 인터있는 극은 잘 안보는데 보길 잘했다 싶고, 기간이 이렇게 짧지만 않았어도 재관극하고싶고, 근데 이 기분을 꼭꼭 소화시키고 싶어서 빠르게 재관극하고싶진 않고... 그런 복잡한 기분.

인터에 뛰쳐나가서 플북 샀던 극은 넥 이후 참 오랜만이다.

 

막연히 노네임과, 탱연출과, 승조배우에 대한 믿음 만으로 꽤 예전에 예매해놨었는데, 만족스러워서 너무너무 좋았다. 이맛에 관극하지 싶고...

사실 노넴이 저번에 했던 히보는 썩 내 취향은 아니었는데 글로리아는 넘나 취향..

역시나 노넴답게 텍스트가 정말 많았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스포를 1도 안밟고 가서 1막 마지막 장면은 정말 충격이었다.

잊을만하면 글로리아가 나와서는 가방 속에 손을 넣고 달그락 달그락 거리는게 신경쓰이긴 했는데, 그게 총일줄은...=ㅁ= 1막 마지막에 정말 놀라고, 대흥분상태가 되어서 인터때 대체 2막은 어쩌려고 그러는거냐고 했는데...

 

 

은근히 따돌림 당하는 글로리아. 이 회사에서 15년 넘게 일해왔고, 드디어 집을 샀고. 그건 글로리아 인생에 있어 거의 전부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집들이에 고작 몇 명만 왔고, 그 다음날. 그녀를 대하는 불편함. 그게 그대로 느껴져서 흥미로웠다. 신나게 떠들다가 그녀가 오면 정적이 흐르는데, 관객도 그 정적을 함께 하는 거라서. 마치 나도 글로리아를 따돌리는데 한 몫 한 것 처럼 불편하고 숨막혔다.

 

딘, 켄드라, 애니는 정말 별 것 아닌 가십거리를 찾아대며 쓰잘데기 없는 애기에 열을 올리며 열의없는 회사생활을 하지만, 그 회사를 오래다닐 곳은 아니라며 무시한다. 요즘 뭔가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을 쿨하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들을 보는 느낌.

 

로린은 존재감이 없는 역할을 연기하는데, 그 묘한 어수룩함이 웃음포인트였다. 자신의 일인 팩트체킹이 끔찍하게 싫다고 하며, '누가 와서 나좀 쏴줬으면 좋겠어!', '확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라고 하는데, 그 당시엔 별생각없이 웃으며 들었지만, 1막이 끝나고 다시 생각해보니 쎄-한 부분.

로린이 와서 조용해달라고, 복도를 통해 다른 사무실에도 떠드는 소리가 다 들린다고 하는건... 글로리아도 다 듣고 있다는거 아닐까? 그녀에 대한 뒷말도 그녀가 다 듣고 있는거구나.. 하는 생각이..

 

첫번째 글로리아가 왔을 때, 애니는 무성의하게 미안하다고 했고, 켄드라는 거울을 보며 무시했고, 글로리아는 한참 애니와 켄드라 쪽을 노려보다가 딘을 찾았고, 딘이 회의중이라고 하자 그래? 하며 떠났다.

두번째로 글로리아가 왔을때 딘만 있고, 글로리아는 애니와 켄드라가 어디있냐고 묻는다.

 

글로리아는, 세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일을 벌이려고 기다린걸까 아니면, 일을 벌이지 않기 위해 참고 있었던걸까, 그것도 아니면...?

딘에게 '넌 안쏴. (집들이가) 좋았다고 말 안해도 되는데. 넌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줬어. 고마워' 라고 담담하게 말하고 눈 앞에서 자기 머리에 총을 쏴 버린다. 딘을 죽이지 않은 것은 선물이었을까 저주였을까.... 순수한 호의로 죽이지 않았지만 그게 딘에겐 트라우마가 될줄은... 몰랐을까...?

 

 

2막은 그 몇달 후, 글로리아 사건의 생존자(?)들의 이야기이다.

글로리아에게 미안해하거나 애도하기보다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고 주목받기에 급급하다.

글로리아의 집들이도 갔고, 글로리아와 직접 맞닥뜨리고, 총구를 겨눴지만 살려줬던 딘은 트라우마를 갖게되고 악착같이 글을 쓰려하지만 책이 잘 팔리진 않은 듯 하고,

글로리아를 무시로 일관했고 사건당시 스타벅스에 있었던 켄드라도 그 소재를 악착같이 이용하려하고,

글로리아를 잘 알지도 못하고 사건당시 관리자들은 빠르게 연락을 받아서 책상 밑에 숨어있었던 낸은 책을 써서 성공하고,

글로리아를 나름 인정하고 어느정도 친했던 로린은 또 다른 회사에 계약직으로 들어가고.

참 아이러니하고, 이기적이고, 지극히 현실적이고.

 

2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로린이 낸과 만났을 때 로린이 무대를 등지고 다른 배우들이 로린을 보며 얘기하는 부분이다. 마치 내가 로린이 된 것 처럼. 난 그냥 내 생각대로 말한 것 뿐인데 다른 사람들이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점점 위축되는 것이 오싹했다.

 

글로리아 사건의 본질에 대해 가장 진지하게 생각하는 로린. '난 좀 더 존재하고싶다'고 말하며 노력하지만, 이 극의 마지막 모습은, 다들 웃고 떠드는데 로린만 홀로 헤드폰을 끼고 단절되어가는 것 이었다. 로린에게서 글로리아가 보였다.

 

- 좀 웃기지 않아요? 이런 곳은 다 똑같다는게... 사람들도 다 똑같아요.

 

 

충격적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이고, 그래서 냉소적이다. 관극하고 다음날은 내가 글로리아가 된 것 같아서 직장에서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를 생각하다 우울했고, 내가 누군가를 글로리아로 만드는데 일조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또 우울했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장면장면 문득 생각나고.

 

 

 

- 2막에서 로린과 데빈이 마주쳤을 때, 긴장감이 흐르는데, '전산실 부르셨죠' 하며 뻘하게 긴장 깨지는 부분, 임시직이라고 하니까 데빈이 욕하면서 박차고 나가는 부분, 돌아와서는 아이디랑 패스워드 쓴 하트모양 포스트잇을 가슴에 붙여주는 부분. 진심 귀여웠다 ㅋㅋㅋㅋ 그 중에 최고는 역시 '오키도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로린 넘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근데 로린이 원조배우인것을 나는 1막 끝나고 캐슷 확인하며 알아챘더랬다.... 그린버그박사님...?? 이런 이미지 아니었자나요....???? 역시 배우는 배우다 싶구. ㅋㅋㅋ 너무 좋다.ㅋㅋ

 

- 손지윤 배우. 처음 봤는데,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빨간 입술로 쉴새없이 떠들어대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어쩜 그 많은 텍스트를 귀에 콕콕 때려박아주시는지. ㅋㅋ 배역을 너무 잘 소화해주셔서, 다음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 공예지 배우. 도 역시 처음 봤는데, 넘나 내스타일...♥ 예쁘고, 소위 '요즘 애들' 느낌의 연기를 맛깔나게 잘해줘서 너무 좋았다.

 

- 이승주 배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덩달아 나도 믿고보는 배우인데... 어딘가 허술한 역할을 어쩜 그리 잘 하시는지. 세일즈맨때도 결핍이 있는 사람 역할을 너무 잘해주셔서 인상적이었는데, 딘도, 데빈도, 너무너무 좋았다!

데빈의 옷에 써있는 Where's your gorgeous life? 라는 말이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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