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6. 20:00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D블럭 2열 약간사이드
_어느 블럭이든 상관없이 앞쪽, 중앙쪽이 좋은 듯. 그래도 내 자리도 나름 괜찮긴 했다 :)
고명환(라울), 김나미(사만타)
주최: 예술의전당, (주)크리에이티브그룹에이트
사실 아직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소설을 한번도 읽어보지 못했지만...
그의 희곡이 원작이라고 해서, 그 특유의 상상력을 기대하며 보고팠던 연극.
시놉시스와 포스터 분위기를 봐선 '인간에 대한 성찰'이라니! 철학적이고 우울하게 흘러가지 않을까, 졸리지(...)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우려와 달리 한시간 반 여를 푹 빠져서 관극할 수 있었다. 물론 재미도 있었고!
화장품회사에서 일하는 과학자인 라울과, 서커스단에서 호랑이조련사로 일하는 사만타.
두 사람이 유리감옥(?)에 갇히며 일어나는 일들.
가두어놓고 관찰하는 변태적인 리얼리티쇼일까, 천국일까.
둘이 싸우면 바닥에서 전기충격이 가해지고, 신체적인 접촉을 하면 식량과 물이 주어지는 규칙.
다혈질인 사만타와, 차분하고 냉소적인 라울.
사만타는 라울을 '동물실험을 하는 과학자' 라며 비난하고
라울은 사만타를 '호랑이를 조련하는 과정중에 인두로 지지는 것이 있다'며 사만타를 비난하기도 하고.
어느순간 무대 윗쪽에 조각난 화면에서 나오는 방송으로, 한 독재자의 그릇된 선택으로 인류가, 지구가 멸망했다는 것을 알게된다.
이제 인간의 마지막 두 사람이라는걸 알게되자 사만타는 인간종족의 번식이라는 사명감이 있다고 하고, 라울은 인간은 멸종해 마땅하다고 주장하며 이 연극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간재판'을 펼친다.
라울은 검사측에 서서 인간이 침략과 파괴를 자행하고 이기적이며 결국 원자폭탄으로 멸망에 까지 이르지 않았냐고 하고,
사만타는 변호사측에 서서 인간에겐 사랑, 웃음, 예술, 그리고 과학 이라는 특이성으로 우월한 종족이며 스스로 죄를 인식하고 뉘우칠 줄 아는 존재라고.
결국 판사(도 라울이지만)는 무죄를 선언한다.
이렇게 갑론을박 하다가 사만타와 라울은 결국 사랑(?)하게 되지만....
인간이 유죄고 무죄인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그 뒤에 나오는 영상이 참 쎄하다.
'안됐지만, 저것들이 새끼를 낳으면 눌러 죽여버릴거야.'
'죽이지 말고 나 한마리 주면 안돼?'
아이의 목소리로 들려줘서 더욱 소름끼치는 이야기들.
인간이 강아지나 햄스터를 키우듯이, 외계의 어떤 종족이 인간을 사육하고 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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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까지 보고나니 그간의 내용들이 정말 소름돋는다.
감옥안의 방석?도 강아지들에게 주는 '마약방석' 같은 느낌이라 쎄하고.
쳇바퀴에....
피드백을 통한 학습.....
무대배치를 마주보게 한 것도 다 의미가 있었네...ㄷㄷ
나도 라울의 주장같은, 지구에게 인간은 없는게 나은 종족이라고 생각해서....
저렇게 멸망해버리는게 소설속 이야기로 치부할순 없는 듯. 어찌보면 근미래에 일어날 일 같기도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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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꽤 세련되게 풀어나갔다고 생각한다. 물론 원작이 훌륭하기도 하지만, 본질을 흐리지 않으면서 재미있게 풀어나갔다.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던.ㅋㅋ
아무리 훌륭한 내용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실패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주 무대에서 보지 못했던 배우들이라 걱정했는데도 두 배우 모두 온 에너지를 다해 연기하는 모습이 좋았다.
특히 사만타역의 김나미배우는 참 사랑스러웠다. 사만타역에 너무너무 잘 어울리셨던듯. 인간재판 장면에선 갑자기 똑똑하게 제주장을 펴는 모습이 약간 붕 뜨는 느낌은 있었지만.. 약간 똘끼 있으면서도 인류의 멸망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등... 매력있는 배우였고 캐릭터였다.
고명환배우도 개그프로그램에서만 봐서 좀 걱정했었는데 의외로 괜찮았다. 중간에 대사를 몇번 씹으시긴 했지만.ㅜㅜ
공연기간이 너무 긴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베르나르를 사랑하는 한국이니까 이 연극도 많이 봤으면 하는 작은 바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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